탐욕과 음모로 구성된 EBS ‘다큐프라임’의 자본주의 비판 김성구 소장

김성구(한신대 국제경제학과,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소장)


출처: 미디어오늘, 2013. 5. 4.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은 자본주의와 금융위기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작년 가을에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세계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 충격적인 자본주의 비판과 고발로 언론들로부터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들뿐 아니라 방송 후에도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충격과 감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1부 ‘돈은 빚이다’는 다큐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음모론에 입각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인플레이션도, 금융위기도, 경제호황과 경제침체도, 또 미국 연방준비은행까지도 금융자본의 탐욕적인 음모로 설명한다. <화폐전쟁>의 쑹훙빙의 관점을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음모론으로 자본주의 비판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적이고 위기적인 작동방식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감명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 한 번의 충격일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교정이 필요하다. 

우선 세계의 경제학 석학들이 등장하는데도 이들은 자본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게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떠벌인다. 자본주의가 무언지, 오늘날의 이른바 금융자본주의는 과거의 자본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그 역사에 대해 무지하고, 그러다 보니 자본주의는 곧 금융지배이고 금융사기라는 논리비약이 일어난다. 그래서 화폐는 단순히 빚이고 빚을 갚기 위해서는 또 빚을 내야하는 신용창조의 악순환 속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사회적 약자가 파산한다는 1부의 기본명제가 나온다. 그러나 과거 금본위제도 하에서도 태환지폐가 발행되고 은행의 예금창조가 이루어졌지만, 거기서는 초순환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초순환적 인플레이션은 관리통화제도하에서의 현상이고, 따라서 이 현상의 원인은 은행의 신용창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본원통화량 남발 때문이다. 통화량 남발 즉 인플레이션은 국가에 의한 공황의 구제와 관리에서 비롯된 현대자본주의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 신용창조의 악순환에는 금융자본의 탐욕 즉 신용공여를 통한 이자수입의 추구가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악순환이 불가피한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대출이자를 상환하기 위한 화폐의 부족으로 대출의 증대와 신용창조의 확대라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정말 난센스다. 왜냐하면 화폐가 부족하면 화폐가 귀해져서 화폐의 가격이 등귀함으로써(다시 말해 상품들의 가격들은 하락함으로써)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방식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금본위제도 하에서는 이 경우 금화의 새로운 제조와 유통에의 투입이나 퇴장화폐의 재투입이 일어나서 디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된다. 또는 관리통화제도 하에서라면 중앙은행이 필요한 통화량을 공급함으로써 디플레이션 없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자를 갚기 위한 신용창조의 악순환이 일어날 필연성은 없는 것이다.

신용창조의 악순환 속에서 마지막 대출자가 수탈을 당하고 파산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대출자들이 파산하고 은행도 위기에 처하고 뱅크런도 벌어지는 사태는 신용창조 메커니즘 자체가 아니라 주기적 과잉생산공황의 폭발 속에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호황과정에서 산업의 과잉생산의 진전과 신용제도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분석할 때에만 비로소 공황기의 신용의 붕괴를 설명할 수 있는데, EBS의 세계석학들은 이 메커니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EBS는 또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민간은행이라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탐욕적인 금융자본이 중앙은행을 이용해서 신용창조의 토대인 통화를 남발해서 대출증대와 이자수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정부기관과 민간의 혼합형태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정부의 공적기관에 속한다. 우선 12개 연방준비은행들을 감독하고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고 상원의 인준을 받는 연방기관이다. 또한 형식상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는 12개 연방준비은행들도 실제로는 사적 민간은행들과 달리 주주구성이나 소유권 행사 그리고 배당이윤 등에서 엄격한 법적 제약을 받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민간은행이라기보다는 실은 연방기관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 월가의 대형은행들 간의 인적 결합과 교류가 연방준비은행으로 하여금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신용창조의 악순환을 통한 인플레이션이 왜 디플레이션과 장기침체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결여되어있다. 음모론과,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콘드라티에프 파동론이 뒤섞여있다. 장기성장이 꼭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19세기의 장기성장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았고,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보는 바처럼 오늘날의 장기침체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고 있다.

 


덧글

  • 송명관 2013/05/10 04:51 # 삭제 답글

    본문 중에서 "왜냐하면 화폐가 부족하면 화폐가 귀해져서 화폐의 가격이 등귀함으로써(다시 말해 상품들의 가격들은 하락함으로써) 이른바 디플레이션의 방식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라는 표현은 좀 잘못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건 맞는데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어짜피 채무자가 갚아야 할 금액은 계약서 상에 명시되어 있는 금액인데 이게 조절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의 가치가 귀해지니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채무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지 않나요?
  •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2013/05/21 14:55 # 답글

    송명관 님, <참세상> 경제기사 연재하고 있죠? 반갑네요. 덧글이 달린 줄 오늘 보았네요.
    디플레이션이 되면 물론 화폐의 가격이 등귀하니 채무자의 상환부담이 커지게 되죠. 하지만 여기서 쟁점은 채무자의 부담이 커지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자를 포함한 채무상환을 위한 화폐가 부족한가 아닌가 하는 겁니다. EBS 다큐에서는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서는 화폐가 부족하므로 추가대출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거죠. 디플레이션으로 상품 가격들이 하락하면 상품교환을 매개해주기 위한 필요 화폐량은 감소하게 되고, 따라서 유통과정에서 풀려나오는 화폐량으로 대출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겁니다. 화폐 부족의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금본위제에서 이런 현상은 과도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채무자의 채무부담 증대도 과도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관리통화제에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 방식으로 해결하니까 EBS의 주장과는 다르게 채무자 부담은 오히려 경감되겠죠.
    윗글은 지면제약이 있는 칼럼이라 압축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의미전달이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세미나네트워크 새움>의 자유게시판에 윗글보다 더 상세하게 이 문제를 정리해 놓은 게 있습니다. 한번 참조해보시면 훨씬 낫겠죠...
    김성구
  • 송명관 2013/05/24 02:55 # 삭제 답글

    이렇게 친절히 설명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세미나네트워크 새움>의 자유게시판에 들러서 자세히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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