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는 어떻게 되었나? 김성구 소장

김성구(한신대 국제경제학과)


출처: 미디어오늘, 2014. 10. 8.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폭발의 정점을 맞이한 지도 어느덧 6년이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금융위기와 함께 실물경제도 공황으로 빠져들었고, 2009년까지 불황이 지속되었다. 더욱이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자본 회생 프로그램 즉 손실의 사회화로 인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심화됨으로써 2010년 이래 금융위기는 국가채무위기로 전화되었다. 금융위기와 실물위기 그리고 국가채무위기가 상호 작용하면서 자본주의가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2012년 말까지 계속되었다.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미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유로존이 국가채무위기와 경기침체의 중심으로 부상하였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등 채무위기국가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존 붕괴까지 전망하였다. 미국의 채무위기는 법정 부채한도를 초과할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여 디폴트 위기까지 갔고, 2011년 8월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은 또 한 번 요동쳤다. 좌파 논자들은 대부분 더블딥 주장에다 신자유주의의 종말 또는 자본주의의 붕괴론까지 온갖 비관론을 쏟아내며 극단으로 공포감을 부추겼다. 금융위기의 끝이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2013년 이래 세계경제는 파국적인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 또 국제적으로 불균등하기는 하지만 경기순환 상으로도 명백하게 경기회복 국면 또는 호황 초기국면에 진입하였다. 10년간 1조2천억 달러를 자동 삭감하는 미국 시퀘스터 시행과 관련한 2012년 하반기의 더블딥 우려가 금융시장의 마지막 충격이었다. 2013년 3월 시퀘스터가 실제로 실행되었지만 금융시장에의 영향은 사소하였다. 그 해 10월 미국정부의 셧다운과 디폴트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또 2012년 9월에는 채무위기국가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한다는 유럽중앙은행의 전면적 통화거래 선언으로 유로존 금융위기도 진정되었고, 그 이래 유로존 해체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유로존은 2011년 4/4분기부터 2013년 1/4분기까지 미약한 더블딥에 빠졌으나 2013년 2/4분기 이래 미약하나마 다시 경기회복 국면에 있다. 유로존 실업률은 2014년 8월 11.5%로서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1970~80년대 위기 이래 유럽은 호황 국면에서도 실업률이 높았다. 유로존의 더블딥은 무엇보다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통화동맹에 의해 강제된 교조적인 신자유주의 긴축 때문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의 전면적 통화거래조차도 독일헌법재판소를 거쳐 유럽사법법원에서 조약위반 여하를 다툴 정도다. 반면 미국은 2009년 3/4분기 이래의 경기회복을 통해 이미 2011년 4/4분기에 전 사이클의 GDP 최고점을 회복함으로써 2012년 1/4분기부터 호황 초기국면에 진입하였다. 2014년 9월의 미국 실업률은 5.9%로 떨어졌다. 연준의 3차 양적완화가 10월로 종료하고 내년 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미국경제가 호황국면으로 진입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다우존스 지수는 위기전 사이클 최고점인 2007년 10월 9일의 14,164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계속 갱신하였고, 2014년 9월 19일 역대 최고치 17,280에 이르렀다. 물론 여기에는 세 차례에 걸쳐 4조2500억 달러에 이르는 연준의 양적완화 효과도 작용하였고, 그 때문에 지금 미 주식시장의 버블논란도 일어나는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호황국면으로 진입한 경기순환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호황과 함께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고, 내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단기적인 충격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더블딥과 신자유주의 또는 자본주의 종말을 주장했던 좌파 논자들의 이론적 오류와 정세분석의 무능력은 여지없이 드러난 셈이다. 물론 금융위기가 근원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심각한 채무위기를 대가로 해서 금융위기를 벗어났을 뿐이고, 또 미국의 디폴트 위기도 2014년 3월 부채한도의 적용을 1년 유예함으로써 봉합되었을 뿐이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는 위기 속에서도 국가개입 프로그램을 통해 온건한 형태로 재건되었다. 닫-프랭크 금융개혁법을 통해 재규제가 도입되었지만, 상업은행의 투자에 대한 규제도 미진할 뿐 아니라 지난 금융위기의 주범인 그림자은행에 대한 규제감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의 지배가 계속되면, 저성장과 금융투기, 금융위기의 메커니즘은 계속 작동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경기회복과 호황이 강화된다 하더라도 호황국면 동안 금융투기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 호황은 결국 금융공황을 동반하는 새로운 주기적 공황으로 끝날 것이다. 현재의 경기국면을 감안하면 아마도 2017~18년쯤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공황에 대해 국가채무위기와 디폴트라는 벼랑 끝으로 몰린 자본주의 국가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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