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개악에 맞서 연금전쟁 벌여야 할 판 김성구 소장

김성구(한신대 국제경제학과)

출처: 미디어오늘, 2014. 11. 16.

지난 달 28일 새누리당이 의원 전원 명의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처리를 요구함으로써 이른바 공무원연금 개혁이 연말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한국연금학회안으로부터 정부안을 거쳐 새누리당안으로 확정되면서 공무원연금은 더 이상 연금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개악되었다. 기존 재직자들은 최대 41% 더 내고 최대 34% 덜 받게 되었고, 2016년부터 신규 공무원은 연급기여율과 지급률이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연금수급개시연령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되었다. 기존 연금수급자들에게도 2-4%의 재정안정기여금이 부과되었다. 나아가 국가재정을 통한 연금적자의 보전 의무조항도 삭제되었다.

정부는 이른바 개혁의 명분으로서 연금재정 악화와 국민혈세 투입,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고 있다. 2080년까지의 재정부담금이 2,000조 원이라며 공무원들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충격효과를 노리고 뻥튀기한 기만적인 수치다. 65년(!)이라는 장기간의 합산인데다, 그것도 연금적자 보전금만이 아니라 사용자로서 국가가 정상적으로 지급해야하는 연금부담금과 퇴직수당을 모두 합친 수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결코 공무원연금이 지향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주도로 2007년 개악된 국민연금은 40년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이 2028년까지 40%로 인하된 상태다. 노후보장에는 턱 없이 모자라는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해서 공무원연금을 삭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이른바 공무원연금 개혁은 기본적으로 연금을 통해 국민의 노후보장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재벌과 부유계층을 위해 국민 대중을 희생시키는 신자유주의 연금개악의 일환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주겠다는 기초연금 공약도 파기하고 올해 이미 국민연금과 연계시킨 사이비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악을 관철하면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의 개악도 불을 보듯 자명하고, 다음에는 국민연금도 또 한 번 개악을 시도할지 모른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GDP대비 공적연금 지출비율이나 정부지출 대비 공적연금 지출비율 모두 OECD 바닥수준이다. 공적연금에 대한 정부지출 부담을 획기적으로 늘려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어이없게도 개악을 시도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악의 주동자는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한구 의원, 그리고 정홍원 총리 등이다. 이들은 사실 공무원연금이 어떻게 되든 별로 상관이 없는 부유계층에 속한다. 공직자 재산신고(2014)에 나타난 재산만 보아도 박 대통령은 28억 원, 정 총리는 18억 원, 김 대표는 137억 원, 그리고 이 의원은 44억 원이다. 또 대통령이나 총리는 공무원연금 개악에 상관없이 조만간 공직에서 물러나 높은 연금을 받을 것이다. 연금개혁에 동참하는 서명을 강요받고 있다는 2,000여명의 고위공직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입공무원과 정년이 많이 남은 재직자들한테 모든 부담을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은 애국충정의 공복인양 국가재정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대자산과 고소득을 향유하면서도 자신들 희생은 없다. 가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금개악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한 이한구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으로서 외환위기 시 대우그룹 파산과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어떻게든 책임있는 인물이었다. 이런 자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살아남아서 가당치도 않게 지금 재정적자를 운운하고 있는가?

이른바 공무원연금 개혁의 진정한 목적은 사실 다른 데 있다. 우선 공무원연금이 개악되면 사적연금시장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재벌보험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천이 된다. 또 정부의 재정보전금으로 적자재정이 누적된다면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고, 증세 요구는 재벌과 부유계층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악은 재벌과 부유계층의 미래의 증세부담을 막고 재벌보험사들의 이해를 챙겨주자는 것이다. 정부는 적자재정으로 국민혈세가 들어간다고 선동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는 임금이 낮아 세금부담이 사실상 없는 편이다. 노동자들의 40%는 근로소득세 면제대상이고, 또 35%는 년 8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세를 부담할 뿐이다. 자영업자 상태는 더 나쁜 편이다. 소득세에 관한 한, 조세부담은 인구의 한 줌밖에 안 되는 재벌 및 부유계층과 일부 고소득 노동자들의 몫이다. 재벌과 부유계층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일반국민의 혈세로 둔갑시켜 귀족연금을 위해 일반국민이 희생한다고 왜곡하는 것이다. 정부의 악성 선동과는 달리 부유층 및 법인에 대해 증세하면 앞으로도 공적연금의 재정개선은 가능하고, 국민연금에도 재정부담금을 의무화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상당히 인상할 여지가 있다. 차제에 공적연금 전체를 대상으로 진보적인 재설계를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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