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공무원연금 개악에 동참하나 김성구 소장

김성구(한신대 국제경제학과)

출처: 미디어오늘, 2014. 12. 4.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반대로 11월 25일 국회 안행위 상정이 무산됨으로써 개혁안의 연내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도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의견 수렴과 자체 개혁안 마련에 나섰으며, 새정치연합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새정치연합의 개혁안이라며 그 주요내용이 보도된 상태다. 새정치연합은 11월 17일 주최한 ‘공무원연금 개혁방향을 위한 전문가토론회’에서 공적연금개혁 3대 원칙을 천명하였다. 즉, 공적연금의 적정 노후소득보장, 연금의 지속가능성 강화,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새정치연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는 이런 원칙들이 반영되어있다. 기본방향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더 내고 덜 받는’ 개악이지만, 새누리당 안보다는 그 정도가 덜하다.

연금기여율을 현행 7%에서 9%로 올리고 연금지급률은 1.9%에서 1.65%로 낮춰서 29% 더 내고 13% 덜 받게 되어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43% 더 내고 34% 덜 받는 구조였다. 또한 새누리당이 2016년부터 신규 공무원에 대해 국민연금 수준의 기여율과 지급율을 적용한 데 반해, 새정치연합 안은 재직 공무원이든 신규 공무원이든 똑같이 위의 기여율과 지급율을 적용한다.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연합 안에는 국민연금 A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월평균 소득)의 1.5배(2014년 약 300만원)로 연금 상한액을 설정하였다. 하지만 그 초과분의 20년치를 일시금으로 정산한다고 하니까 사회적연대나 소득재분배 효과는 양당 안 모두 미미한 편이다. 그로써 새정치연합 안에서는 새누리당 안에 비해 노후소득 보장과 신규•재직 공무원 간의 형평성이 제고된 반면, 재정절감 효과는 2080년 기준으로 새누리당 안보다 30~40조 원 감소될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토론회에서도 그랬지만 새정치연합의 개혁안에서도 가장 커다란 문제는 공적연금의 강화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이란 명분아래 정부의 재정부담금 절감을 기본전제하고, 그 하에서 세대간 형평성과 직급간 소득재분배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형평성과 재분배가 어떻게 제고된다 해도 개혁의 방향은 당연히 더 내고 덜 받는 것 외에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수밖에 없고, 그 정도가 새누리당보다 덜 하다 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이 신자유주의 연금 개악에 동참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귀족연금으로 지탄받는 1등공신은 단연 월 300만 원 이상의 고액수급자일 것이다. 현재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대략 20%가 이에 해당한다. 정무직과 고위직 그리고 교육직 공무원들의 과도한 연금급여는 소득재분배 방식을 도입해서 중하위직의 급여를 개선하도록 대폭 축소해야 마땅하다. 법적으로 상한액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소득재분배와 하후상박이란 미명하에 중하위직 공무원의 연금까지 삭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부담금 절감이라는 대전제를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OECD 바닥 수준의 공적연금 지출수준을 보면, 공무원연금을 비롯해서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절실한 개혁 과제는 정부부담금의 절감이 아니라 오히려 그 확대에 있다. 재정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고, 다수 국민의 조세부담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조세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역진적인 성격의 간접세 대신 법인세, 자산소득세 등 누진적인 소득세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물론 고액연봉자들의 근로소득세 증세도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공적연금의 개혁과제는 조세정책의 개혁과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개악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연금개혁 문제에서는 한 목소리로 보수가 낮은 노동자들을 위해 귀족연금의 수급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라고 요구한다. 말하자면 노동자들 간의 사회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해 재벌과 부유계층의 고통분담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왜 귀족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은 요구할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연금 개혁에서는 노동자들간의 사회주의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건 노동자와 자본가간, 빈곤계층과 부유계층간의 사회주의다. 연금과 복지라는 건 원래 자본주의 하에서 사회주의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민주노총에 한국노총과 함께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하였고, 사회적 합의 없이는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언명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사•자•방과의 빅딜이나 내년 4월 처리 보도도 흘러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가지고 세월호특별법 처리와 같은 또 한 번의 이중플레이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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