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악 야합의 길, 정부•여당의 꼼수정치와 야당의 이중플레이 김성구 소장

김성구(한신대 국제경제학과)

미디어오늘, 2015. 1. 4.


여야가 이미 합의한 대로 지난 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공무원연금 개악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연금개혁 특위는 한 번의 기간 연장을 통해 125일까지 활동한다고 한다. 따라서 늦어도 올해 5월 초까지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금개혁 특위와 함께 국민대타협기구도 90일간의 활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기구는 말 그대로 협의와 타협을 위한 기구고, 입법에 대한 전권은 연금개혁 특위가 갖는다. 이 기구에서 어떤 개혁안이 마련되든 안 되든 법 개정에 별 상관이 없는 셈이다. 더구나 20명의 국민대타협기구 위원 중 공무원연금 당사자 단체는 여야가 각각 2명씩 지명하는 4명의 대표를 낼 뿐이다. 이 기구가 연금개악을 위한 들러리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전공노 등 공동투쟁본부의 저항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모르겠지만, 불행하게도 연금개악의 결정권은 이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두 당에 있다.

새누리당이 연금개악에 두 발 벗고 나서는 건 조금도 이해 못할 게 없다. 어차피 이 부자들의 당은 국민의 노후보장 같은 건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연금재정의 파탄이니 국민혈세니 하는 건 자신들의 속마음을 가리기위한 기만적 언사일 뿐이다. 재벌의 이해를 대변한다 하더라도 선거를 통해 집권해야 하는 이 당이 어떻게 재벌과 부자들을 위해 연금을 개악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운운하는 것도 공무원연금 개악의 빌미일 뿐이다. 이번에는 공무원연금 개악, 다음에는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악, 그리고 다시 국민연금 개악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실로 기재부는 지난 12월 22일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 군인연금, 사학연금 개혁을 담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군인과 사학연금으로 연금개혁 전선이 확대되면 그렇지 않아도 힘든 공무원연금 개혁이 어려워진다는 새누리당의 반발 때문이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생각없이 드러낸 연금개악의 속내를 꼼수와 거짓정치로 수습하고자 했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전혀’ 개혁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걸 도대체 누구보고 믿으라는 소리인가? 지난 해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대통령이 직접 내년 개정을 언급한 사안을 두고 말이다. 이는 당정 간의 엇박자의 문제나 방법과 절차상의 잘못된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공적연금 개악을 두고 공적 권력이 대놓고 대국민 사기행각을 벌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입만 열면 서민복지를 운운하는 새정치연합이 연금개악에 동참하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아직도 새정치연합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에게는 그럴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지난 역사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2007년 국민연금 개악도 당시 유시민 장관 주도하에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에서 행해진 것이고, 또 노무현 정부 말년에 유시민은 의원입법의 방식으로 공무원연금 개악도 시도한 바 있다. 유시민은 지금도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경제사회정책은 복지와 개혁의 언사와 달리 새누리당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야당일 때는 다른 채색으로 분장했다가 집권당이 되면 자신의 본질을 유감없이 드러내었다.

새정치연합의 이중플레이는 새삼스런 게 아니다.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문제에서도 문희상 비대위 위원장, 유윤근 원내대표 등이 사회적 합의 없이 연금개혁은 ‘절대’ 없다, 연금개혁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사•자•방과 공무원연금 빅딜 ‘절대’ 없다고 언명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그리고서 뒤로는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빅딜을 합의하고 네 달 안에 연금개악을 마무리하겠다고 나선 것 아닌가?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협상조건으로 들이밀고, 새정치연합은 개악안 수용을 카드로 활용해서 다른 사안을 챙겨온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연금개혁 특위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위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야합의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은 단순한 연금이 아니라 낮은 임금 및 퇴직금 그리고 노동기본권 제약 등에 대한 보상의 요소도 있어 임금단체협약의 성격도 갖고 있다. 당연히 사용자로서 국가와 공무원노조간에 협상과 합의를 통해서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야 옳다. 또한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심화와 생존의 위기 앞에서 공무원연금만이 아니라 공적연금 전체를 개혁대상으로 삼아 국민의 노후보장의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금특위에서 새정치연합이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연금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악 여하는 새정치연합의 손에 달려있다. 개악이 된다면 그건 새정치연합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 정치적 응징이 필요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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