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JP모건의 2015년 황당 시나리오 김성구 소장

김성구


JP모건이 꼽은 '2015년 세계경제 깜짝 시나리오'.

월스트리트저널(한국판), 2014. 12. 22일자 기사였는데요, 당시 기사를 보면서 황당하고 터무니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2015년이 지나간 후에 다시 보자고 했던 겁니다. 이제 2016년 새해를 맞아 이런 전망 평가해보는 것도 어떤가 해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12개 시나리오 중 맞았다고 할만 한 건 두어 개 뿐이죠. 내가 황당하다고 생각했던 게 틀린 게 아닙니다.

이런 걸 보면 주류 경제학이나 사회과학이 현실의 정치경제를 올바로 분석하거나 전망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없다는 게 분명하지요. 물론 이론은 있지만 현실과 별로 관련없는 사변적인 것이니까요. 지난 2008 금융위기를 되돌아보면 좌파이론 쪽에서도 이와 못지 않게 '뻥'을 친 인물들이 상당히 있었죠. 유로존이 붕괴한다, 미국이 더블딥에 빠진다, 심지어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한다 등등, 케인스주의 좌파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도 이론적 오류가 심각하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아래 JP 모건의 기사는 가장 일어날 것 같은 '가상' 시나리오라는 단서라도 달았는데요,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아예 단정을 하거나 종말 년도까지 거론을 했으니 이게 더 황당한 건지도 모르죠.

어떻게 보면 경제학이나 사회과학은 참 좋은 영역입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서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다니까요. 이공계 같았으면 이런 주장, 이론들은 벌써 퇴출되었겠지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작동이 안되거나 오류가 많이 나면 그건 그냥 폐기되는 거죠. 어떻게든 프로그램이 작동을 해야 그 이론적 토대가 수용되는 겁니다. 요즘 이공과학이나 의학 등 놀랍고도 실용적인 최신 성과들을 접하면 경제학 전공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기사를 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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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이 꼽은 '2015년 세계경제 깜짝 시나리오'


JP모건 프라이빗뱅킹의 리처드 메디건 최고투자책임자(CIO). 나와 우리 팀의 고위직 직원들은 1년에 두 차례 개인적으로 만나 일주일 내내 시장, 우리의 투자 포지션, 전망에 대한 논의를 벌인다. 항상 마지막 날에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올 초에도 홍콩에서 그러한 모임을 가졌고 최근에는 뉴욕에서도 가졌다. 그 논의의 일환으로 나는 모든 직원들에게 (내년에)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나는 우리 회사(JP모건)가 내년 1월 공식적으로 ’2015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기 전에 우리가 꼽은 가장 놀랄만한 ‘깜짝’ 가상 시나리오를 공유하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시나리오 리스트를 선정하는데 있어 균형 감각을 발휘하려고 애썼다. 또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슈만을 선정했다.

우리가 뽑은 이 리스트가 약간은 도발적이기를 기대한다. 이 리스트를 통해 투자의 초점을 내년으로 이동시키고, 예상하지 못한 기회와 위험을 파악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2015년 세계 경제 깜짝 시나리오 리스트

1. 유럽과 일본이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계속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5%대에 그치면서 정체된다. 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장기 금리는 계속 하락한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다시 2% 아래로 내려앉는다. 투자자들이 다시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에 나서면서 신흥시장 통화는 상승세를 보인다.

2. 2015년 초에 미국 원유 가격이 바닥을 찍고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속도가 붙고 안정되다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노동 시장의 수급 불균형(타이트한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더 빨라진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정책상 ‘뒷북을 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정책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고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시장을 놀라게 한다.

3. 통화정책이 예상을 벗어나면서 미 증시가 저조한 성적을 낸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실행하는 경기부양책은 긍정적인 경제 모멘텀으로 이어지고 투자 심리도 반등한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쳐 유럽, 일본, 신흥시장 등으로 투자를 유인하면서 미 달러의 가치는 두드러지게 상승하지 않는다. 미 증시는 여타 선진국 및 신흥시장에 비해 실적이 저조해진다.

4. ‘비이성적 과열’이 다시 나타나면서 IT 거품이 형성된다. 자금이 두둑한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보다 광범위한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데 실패한다. 투자자들이 미래의 ‘획기적인’ 아이템을 찾아나서면서, 판매 실적이 없거나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IT 기업으로 더 많은 자본이 흘러들어간다. IT 부문에 강력한 모멘텀이 나타나면서, 1990년대 말을 연상시키는 IPO 열풍이 분다. IT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액이 치솟다가 급락해 글로벌 증시의 발목을 잡는다.

5. 유럽의 정치는 두드러지게 극단적인 정당으로 기운다.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조기 대선에서 승리하고, 새로 들어선 정부가 대외부채 상환을 거부하면서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탈퇴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치가 대중영합적인 쪽으로 기운다. 이탈리아도 유로존에서 탈퇴한다. 스페인의 좌파 정당 ‘포데모스’와 프랑스의 국우 정당 ‘국민전선’은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 모멘텀을 활용한다.

6. 영국 총선에서는 뚜렷한 승자가 없지만, 국우 정당 ‘영국독립당’이 약진한다. 영국독립당은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밀어붙여 파운드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운동은 독립에 관한 논의를 다시 촉발시킨다.

7. 남미 전역에서는 ‘상황이 뚜렷이 역전’된다.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은 보다 정통적인 경제 규제를 도입해 포트폴리오 투자를 유인한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두드러진 정세 변화를 가져오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얻는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재개되면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신흥시장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8. 홍콩 당국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는 시위를 강력하게 진압하면서 시민 불복종 운동이 부활한다. 중국은 개입을 거부한다. 외국인 투자 자본이 이탈하면서 경제적 혼란이 발생한다. 부동산과 증시가 폭락한다.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해 온 홍콩 대신 싱가포르와 상하이가 부상한다.

9. 북한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내전이 발생한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탈출하면서 비무장지대가 뚫려 통일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통일 비용 때문에 한국은 경기 후퇴 국면으로 빠져든다. 원화는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최저치로 하락한다. 통일된 한국이 사회, 경제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다.

10. 일본과 유로존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 정책 및 통화 가치 절하로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전역에서 중상주의적인 통화 가치 절하 움직임이 경쟁적으로 나타난다. 인도, 인도네시아, 동남아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든다. 아시아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3% 아래로 끌어내린다.

11. 대러 경제 제재가 강화되고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서 러시아가 극심한 경기 후퇴 국면으로 빠져든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 대상인 국유기업들에게 디폴트(채무 불이행)선언을 하라고 지시한다.

12.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발휘한다. 정치적으로 다시 힘을 얻은 아베 총리가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을 주도하면서 일본이 선순환 국면에 진입한다. 일본이 가입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큰 힘이 실린다. 일본 증시는 글로벌 증시를 상회하는 상승세를 보인다.

필자 리처드 메디건은 JP모건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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